"웃돈 줘도 구하기 어렵다" PHC파일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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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줘도 구하기 어렵다" PHC파일 '대란'

“돈을 더 줘서 해결될 문제라면 이렇게 걱정하지 않는다” - 건설사 구매담당자-

건설업계가 PHC(고강도 콘크리트)파일 품귀 현상 해결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형사들마저 10% 이상의 웃돈을 줘도 주문 물량의 절반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LH 공공임대주택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착공 일정까지 겹치며 PHC파일 구하기는‘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대형사인 A건설사가 600㎜ 구경의 PHC파일 A종을 작년 구매 단가보다 34% 이상 웃돈을 줘서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A건설사의 올해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2만8000가구에 달한다.

A사 측은 “작년 11월부터 아파트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500㎜와 600㎜ 구경을 중심으로 재고 소진이 빠르게 이뤄지며 수급 상황이 불안정했는데 12월에 유통물량이 바닥을 찍었다”며 “도시정비사업 현장을 다수 진행하고 있는데 조합과 준공 일정 약속을 지키도록 웃돈을 주고라도 파일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A사는 작년까지 600mm 구경 PHC파일을 m당 3만7200원에 구매했다. 파일업체들이 제시한 단가 6만9600원의 47% 선에서 협정해 구매를 해왔던 것으로, 이는 다른 10대 대형사들의 구매 가격과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최근 PHC파일 품귀 현상이 빚어지며 A사는 지난 주 기준가의 63%에 달하는 4만3800원에 아파트 현장용 파일을 구매한 상황이다. 한 주 사이 무려 15%나 웃돈을 주고 구매한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10대사 정도의 대형건설사들은 사용 물량이 많아 파일업체가 제시한 기준 단가표의 40%대 가격으로 대량 납품을 받고, 나머지 건설사들은 50%대에서 거래를 해왔다”며 “그런데 품귀 현상이 장기화되다 보니, 가격이 매월 3∼5%씩 인상해 현재 단가표의 61% 수준까지 올라갔다. A사가 63%에 거래했다는 것은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10대 건설사를 제외한 나머지 현장에서는 PHC파일을 구하지 못해 공정 진행을 못 하는 상황까지 직면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B사 관계자는 “경남 지역에서 아파트 건설을 하는데 PHC파일을 구하지 못해 공정을 중단한 바 있다”라며 “본사에서도 난리가 나서 사태 파악에 나서보니 수급 대란이 빚어진 상황이었다. 관련 단체까지 방문해 하소연을 해보았지만 돈을 더 주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답하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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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돈을 더 줘도’구매가 어렵다는 점이다.

장마와 태풍으로 중단됐던 공사일정을 앞당기려고 전국 현장이 일제히 공사를 서두르는 가운데, 삼성 반도체 공장 3곳이 착공에 들어갔고 LH가 공공임대주택 조기 공급을 위해 1만2000가구 선(先)착공에 착수하며 파일 수요는 업체들의 캐파(생산능력)를 넘어선 지 오래다.

업계 관계자는 “파일 업체들이 2015∼2016년 건설경기가 좋을 때 캐파를 늘리기 위해 시설 확충에 나섰다가 2017년 이후 경기 침체를 맞이하며 4년 연속 적자를 봤고, 이후 공장 매각과 감원에 나섰다”면서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생산량을 쉽게 늘리기 매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해당 관계자는“원래는 주야 근무를 통해 생산을 해야 하지만 주52시간제 적용을 받고 있다”며 “기존 인력에게 수당을 주는 것과 신규 인력 채용은 완전히 다른 문제여서 공장 가동인력 충원을 못 하는 상태에 원자재(강선ㆍ시멘트) 가격까지 올라 사면초가”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건설업계는 PHC파일 업계의 의도적 ‘감산’전략을 의심하고 있다. 파일 업체들의 경영난과 판매원가 인상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다.

건설사 C사 관계자는 “아무리 수요가 많다고 해도 그래 봤자 연휴가 겹치고 한파가 왔던 1월인데 현장이 가동을 못할 정도로 파일이 부족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면서 “이 상황이 상반기까지 지속되면 파일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 공공현장은 실행률 맞추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지희기자 jh606@

출처: e대한경제신문 http://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1141228433650554